요리하는 남자들

성탄절행사는 카렌침례교회의 지역교회 행사 중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이다.
11월 30일 성탄을 알리는 자정예배를 드리고 난 뒤 성탄달이 시작된다.

단지 12월 25일 성탄절 행사가 아니라 추수감사와 전도 의미가 종합된 절기이다.

11월 추수가 끝나고 ‘햅쌀’을 즐기는 이 때는 가난하였던 이들에게 얼마 안 되는 풍성함의 시간이다.
더불어 교인들이 적은 전도처에서 초청과 나눔 그리고 전도의 행사가 같이 이어진다.

성탄과 추수의 기쁨 그리고 전도의 축제는 보통 이틀 이상 진행이 되고 그러다 보니 음식준비가 가장 많은 시간과 재정이 요구된다.
교회에서 1년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이 성탄행사가 될 정도이다.

이 행사를 하면 예외 없이 볼 수 있는 장면이 요리하는 남자들이다.
한국에서도 시골에서 큰 잔치가 벌어지면, 돼지를 도살하고 각을 뜨고 나누는 것은 남자의 몫이긴 하지만 카렌사회에서는 남자의 역할이 훨씬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돼지를 도축하고 난 뒤 필요에 따라,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야채와 고기를 썰고, 끊이고, 맛을 보고, 뒷 정리까지 남자의 역할은 끊임이 없다.
여성들이 돕기도 하지만 남자들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전혀 어색하거나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움 그 자체이다.

일반적인 동양의 가부장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가만히 보면 가정에서 남자의 역할은 요리에서 아이들 돌봄, 정리까지 여성과 큰 차이가 없다.
카렌사회가 모계사회이고 핵가족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남녀의 공평한 역할이 가정과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산지의 소수부족이라고 하면 무지하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인상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어떤 부분은 도움이 필요하고 그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가정과 사회와 교회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요리하는 카렌남자들의 모습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큰 행사에서 요리하는 남자는 남녀의 관계가 적절하게 조화가 된 장면이다.

일이 많은 행사에서 여성들이 요리를 하느라 피곤하여 행사를 생각하면 부담이 되는 사회보다는 얼마나 자연스럽고 적절한 그림인가.
이 과정을 통하여 남녀 노소 모두가 성탄달의 축제를 공동체전체가 나누는 것이다.

여전히 요리를 전적으로 아내에게 의존하는 요리 못하는 한 한국남자의 카렌인의 삶을 통한 배움의 과정은 끊임이 없다.